
파초도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주제 중 하나이다. 이상하게 자꾸만 그리게 된다.
그저 기분 좋아보이는 하늘로 뻗은 이 나무는 내가 사우디아라비아에 있었던 시간들을 생각나게 한다.
아무도 없는 사막색의 길을 걷고 또 걷던 날들에는 항상 이 단단하고 키 큰 나무가 있었다. 발치에는 야자수에서 떨어진 대추야자들이 굴러다니며 모래 바람에 흐려지는 생각들을 기분 좋게 깨워 주었다.

이 파초도 습작은 ‘거기 있던 그 나무’를 그리기 전에 연습으로 그린 것인데 대추야자를 더해 그렸다.
사실 파초의 잎과 야자수의 잎은 전혀 다르지만 야자수의 뾰족한 잎보다는 넓적하고 무게감있는 시원한 잎을 그리는 것이 더 즐겁다.